두려워 말라 (Fear Not)

오랫동안 내 작업의 근본적인 주제는 ‘감정의 시각화’였다.
외로움, 불안, 두려움 같은 감정이 반복되고 흔들리며 겹치는 움직임 속에서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탐구하고자 했다.
그 탐구는 감정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을 넘어,
그 본질을 마주하는 과정이어야 했다.

작업 중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은
‘감정을 시각화하는 행위를 통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였다.
그 여정은 쉽지 않았다.
외로움과 불안, 두려움은 이미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 있었지만,
그 감정들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힘겹고,
때로는 나의 세계관이 흔들리는 경험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 '두려워 말라 '는
그 여정의 한 단면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을 부정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과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내 작업이 향하는 방향이었다.

비로소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상태와 닮아 있다.
나는 이러한 감정의 결을
빛의 간섭, 파장의 미묘한 차이,
푸른빛과 검은빛이 만들어내는 다층적 구조로 표현하고자 했다.

〈두려워 말라〉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거대한 결심이나 완전한 해방이 아니다.
두려움을 다루는 감각의 온도,
그 복잡한 결을 세밀히 관찰하고 조정함으로써
삶의 해상도를 높이고 싶었다.
감정을 없애거나 단순화하지 않고,
불안을 흐름으로, 혼란을 패턴으로 바꾸어 가는 것,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작업의 중심으로 끌어와 그 안에서 잔잔한 균형을 이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 〈두려워 말라〉는 완결된 서사가 아니라
앞으로 이어갈 실험의 한 단계에 가깝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도망치고 싶은 것들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작은 용기,
그 용기를 통해 삶을 더 정밀하게 바라보려는 태도

이번 전시는 바로 그 태도의 시각적 기록이다.